무릉도원에서 밤을 지새다... 시 한편 남깁니다.

2016.06.09 20:20

어설픈애호가 조회 수:10130

 서울에서는 거의 여름인데, 제가 도착한 이 곳 펜션은 여전히 봄 기운이 남아있었습니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느라 들고온게 적어서인지 화려하게 놀지는 못했지만 꼭 다른 세상에 온듯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늦게 도착해서 정신없이 짐을 풀고 밥해먹고 까무룩 잠이들었는데 일찍 잠자리에 들어선지 2시쯤에 저도 모르게 잠이 깼습니다.

 그때 밤부터 새벽까지 살며시 비가 내렸는데

 사방이 조용한데 계곡물이 잔잔히 흐르는 소리와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듣기가 좋던지요. 희미하게 들리는 알지못하는 풀벌레소리와 빗물소리 계곡물소리의 합주를 들으며 서울보다 훨씬 가까운밤하늘과  달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제가 신선이 되어서 무릉도원에서 인간세상을 멀리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서 냉장고에서 맥주한캔을 가져와서 한참 혼자 앉아 있는데 제 아내도 일어나서는 제 옆에 말없이 앉아 함께 밤 풍경을 바라보더군요

 한참 후에 "좋지?"하고 물으니 "좋네"하고 가만히 웃고는 부부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사람들이 많은 서울에서 먹고살려고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이렇게 감동적인 시간을 보낸 일이 대체 언제였는지 도저히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잇값을 못하고 수첩을 펴고 몇년만인지 모를 시도 적었네요. 사회생활 하면서 무뎌진 감수성과 아름다운 풍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 저한테 남아있었던 건지....

 제가 그때 쓴 시는 적기 부끄럽지만(아내에게도 안보여줬습니다...),

그때 문듯 떠오른 수조가두 중국시 한편을 남깁니다. 비록  지리산중산리계곡펜션이 붉은 누각은 아니지만 고적한 나무 테라스에서 앉아 달을 올려다보는 이때의 제 기분과 너무나 흡사하네요......



밝은 달 있은지 그 얼마인가

술잔 들어 푸른 하늘에 물어보네

하늘 위 궁궐에서는 모르리라

오늘 저녁이 언제인가
나도 바람타고 돌아가려고 하나
다만 두렵구나 저 달 속의 경옥 누각은

높디높아 추위를 견딜 수 없으리라
일어나 춤추면서 맑은 그림자를 희롱하니
어찌 인간 세상과 비슷하리
붉은 누각을 돌아 비단 창문으로 스며들어
잠못드는 이를 비추네
아무런 원한도 없으나 

어찌하여 이별할 때에는 이다지도 오래도록 둥글까
사람에게는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이 있고
달에게도 어둠과 밝음, 차고 이지러짐이 있네
이는 예로부터 모두 온전하기가 어려워라
다만 그대가 오래도록 살아
천리 먼 곳에서도 저 고운 달을 함께 즐겼으면



이곳은 저와 제 아내에게 정말로 무릉 도원이었습니다.


시의 한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군요

어찌 이곳이 인간세상과 비슷하리....


저희에게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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